J's 끄적거림

누군가 서운하단 식의 말을 하면 왜 얼음이 될까

J_the NT 2024. 1. 12. 21:26

누군가 나에게 서운하다는 식의 얘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상대를 대하는 게 되게 어색하고 좀 대하기가 너무 껄끄럽게 느껴진다.

 

 

왜일까. 

아마 나의 애니어그램 유형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나의 성장 과정과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애니어는 내가 7번이라, 같이 있어서 서로 즐거운 관계가 아니라면

그 사람과는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서로 즐겁기 위해 만나는 게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데 만날 필요가 있나 싶고.

상대는 나를 만나서 즐겁지 않다면 나를 떠나면 된다.

나는 만나서 즐겁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만나지도 않고 만날 생각도 안하고

즐겁지 않은데도 만나는 건 직장이라든가 억지로 묶인 관계가 아닌 이상은 없다.

아니 근데 직장 조차도 난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지도록 노력하는 편임.

어차피 만나야 된다면 서로 즐겁게 보는 게 좋으니까.

그러니까. 

나를 만나서 즐겁지 않다면 너님이 가세요.

나는 뭐. 너님이 소중했다면 조금은 울겠지. 근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가세요. 내게 너님이 소중했다면 너의 즐거움이 나에겐 중요하니까.

 

 

 

나한테 서운한 게 있다는 얘기는 내가 뭔가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길거고.

또 내가 하는 어떤 것이 그 상대의 기대만큼을 해내지 못했다, 라는 의미겠지.

 

 

어릴 때 난 높게 나오는 지능 검사 수치 때문에 자꾸 어떤 기대에 갖혀살아왔다고 느낀다.

넌 머리가 좋은데 왜 이것도 못하니, 이것도 생각을 안했니,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니,

머리가 좋은데, 그 뒤에 나오는 말은 항상 부정적이었다.

머리는 좋은데, 덜렁거려, 가끔 생각이 모자라, 칠칠맞아, 왜 이것도 못해 등등.

그 말을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누가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어떻게든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면

나도 모르게 그걸 부수고 싶고, 애초에 기대따위 나에게 걸지 않게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도 나름 열심히 하는데, 그걸 보고 더 잘하라고 부추기거나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극한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손을 놔 버린다.

그냥 좋아서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기대를 갖는 순간 난 내가 하고 있던 모든 것이 다 싫어진다.

이건 알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의 '기대'가 실망이나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는 걸

겪어온 이유 때문이라 

난 그들에게 애초에 기대를 줄 생각도 없었고 

순수하게 그냥 좋고 재밌고 내가 흥미가 있어서 했을 뿐인데

그것을 본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 자기 맘대로 기대를 갖고 또 평가하고 실망하고 

그 과정은 나에게 늘 부정적 피드백으로 이어져서 좋아하던 것에까지 싫증이 나고 싫어지기 일쑤였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

나는 그냥 그 사람이 순수하게 궁금하고, 또 가까워지고 싶어서 잘 대하고 최선을 다하면

상대는 항상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걸, 또 그만큼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실망한다는 걸 

매번 알고 겪는데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종종 그렇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편하다.

남에게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얘길 쏟아내지도 않는, 스스로 단단한 사람들 말이다.

 

 

또 엄마와의 관계를 생각해봤을 때,

서운하다는 말은. 음. 

즉 풀어보면 나랑 있는게 행복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있으면 그 빈 부분이 채워질 수도 있었을거다,

라는 의미인지라.

왜냐면 서운하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우리 관계가 이만큼은 되어줘야 되는데,

그만큼이 되지 않아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감정이니까.

그 얘길 생각해보면 좀 씁쓸하지.

 

 

엄마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고 팔방미인이고 성격도 좋고 외향적이다.

그런데 한참 잘 나갈 나이에 아빠를 만나서 나를 낳았지.

엄마가 결혼과 임신 때문에 못 이룬 꿈들을 얘기할 때마다 난 그런 생각을 해왔다.

나만 없었어도 엄마가 꿈을 이룰 수 있었을 수 있는데.

예상할 수 있듯이 엄마는 단 한 번도 그 꿈보다 나를 얻어서 더 좋았다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꿈이 좌절된 사람의 마음은 내가 더 잘 아니까. 진심 아닌 그런 말 필요도 없고.

엄마는 그 대신 삶에 실용적인 태도를 더 많이 알려주었으니까.

감상에 빠져서 놓치는 것들보다 이런 세상에서 정신차리게 살도록 많은 걸 알려주었으니까.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듣는다고 막 감동이야 이렇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그래.

서운하다는 사람을 보면, 내가 널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했는데 너는 그 댓가로 얻은 가치 치고는

너무 부족하고 보잘 것 없어서 맘에 차지 않아, 

뭐 이런 말을 들은 기분이랄까.

엄마가 엄마의 큰 야망을 평생 아쉬워했던 것처럼.

 

 

아니 그러면 가서 니 꿈을 잡아. 나를 선택한 건 너잖아.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 날 떠난다면

그건 그거대로 서로에게 좋은거야. 그냥 가라고.

글쎄, 나는 ㅎ... 뭘 가지고 있어도 뭐든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걸 여러번 배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지고 싶지 않아. 아니. 아주 강하게 가지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게 채워질거라 기대하지도 않고, 그걸 잃게 될 때가 무섭기 때문에 

내가 그걸 지켜낼 힘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애초에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뭐 그런 기분이랄까.

 

 

나랑 있어서 서운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을 보면.

아 이것도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구나. 싶다. 그냥.

내가 이걸 지켜낼 힘이 없구나, 뭘 가질만한 능력이 안되는구나 나는, 뭐 그런 생각.

어쩌면 지식이나 능력에 집착 하는것도,

지식이나 능력은 그렇게 나를 떠나지 않으니까.

 

 

그것만큼은 내가 내 안에 붙들어 놓을 수가 있는거니까.

한 번 익힌 것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도, 

나에게 쓸데없이 높은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지도,

내가 그걸 지킬 힘이 없다고 느끼게 하지도,

부족하고 무능력하고 무능하다는 느낌도 주지 않으니까.

그래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인간관계에 크게 투자하지 않는 것도

인간관계만큼 상실감을 크게 느끼게 하고 

내가 이것을 지켜낼 만큼 힘이 없구나를 느끼게 하는 것도 없으니까.

 

 

감정이든 마음이든 그런 건 너무 어렵고 지켜낼 방법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그냥 정말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

뭐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평소에도 축 쳐져서 지낼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전혀 아님.

 

 

혼자서도 신나면 춤추고 노래하고 흥에 못 이겨서 꺅꺅 거리기도 하고

스스로도 보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하이텐션으로 놀 때도 많음.

그리고 저렇게 느낀다고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도 없고.

다만 유지하는 게 좀 까다롭다고 생각할 뿐.

그래서 굳이 저런 기분을 느끼며 기존 관계를 유지할 바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게 

더 쉽고 빠르고 목적에 부합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건 좀 자뻑이지만 일터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만큼은 자신있음.

실제로 속도면에서 나보다 빠른 사람 몇 없고,

다른 일을 할 때도 효율면에서 인정받는 말을 들은 게 여러번이고,

그리고 내가 혼자서 해내던 일을 인수인계를 하면 내가 고안해서 쓰던 치트키 없이는

사람들이 나 혼자 했던 일을 혼자 못한다고 두세사람이 나눠서 하고 난리였던 적이 많았음.

그리고 비효율적인 업무시스템을 내가 편하게 일하려고 바꿔놨더니

사람들이 해보고 편하다고 다 따라한 적도 많았고.

암튼 그래서 글은 이리 우중충하게 써놨지만 내가 밖에서 쭈글거리고 다니지는 않음.

 

 

그냥 서운하단 말 같은, 일터에서 안 나올만한 개인적 관계에서의 그런 말을 들으면 참.

그래, 나 같은 사람은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평생 일만 하고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혼자 살았어야 그게 맞지.

왜 애먼 사람을 만나갖고 고생시키나 서로 맘 불편하고 미안해지게 싶다.

일터에서는 일만 잘하면 되고 굳이. 뭐. 상호작용 필요한 일들도 있겠지만.

그래서 그냥 가끔 생각없고 엉뚱하고 일은 잘 하지만 이상한 짓도 하는 애,

정도로 보이겠지 싶다.

 

 

근데 이게 개인적이고 감정을 교류해야 하는 그런 관계로 오면

꼭 이런 일들이 생기더라고.

진짜. 

그냥 혼자 사는 게 답인가.

난 왜 바보같이 결혼이란 걸 해서 누굴 괴롭히고 있나 싶다.

 

글은 담담하게 쓰고있지만 울고 있다 ...... 스스로 이런 내가 어이없어 울면서 처웃고있음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 걍 모든 걸 떠올리다 보니 눈물은 나오는데 

아 이건가, 난 또 뭔가를 지켜낼 힘이 없었구나, 무능한 나 자신 브라보야 ..ㅋ

이럴 때 물어보지 스스로에게, 너 미친놈이냐 ㅋㅋㅋㅋ 어이상실.

 

남을 아프게 하려던 것도 아닌데 누군가 자꾸 나 땜에 아프다고 하고

내가 좋아하고 아끼고 소중한 사람을 아프게 하는 나 자신이 밉고 또 아프네.

아니 사실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밉지는 않은데 그냥.

뭐 늘 이런식이지. 아몰랑. 

나는 원래 이래, 라는 변명을 하는 인간은 거르라고들 하던데.

노력을 해봤지만 안 바뀌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아 그래. 그냥 나를 거르시도록.

나는 그냥 이렇게 생긴 인간이니 이렇게 살래요.

 

뭔 말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걍 될 대로 되라지. 

잠이 모자라서 그런가 세상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모드 on이네.ㅋㅋㅋㅋㅋ

 

 

이렇게 혼자 아무말 대잔치 해놨지만

내일은 혼자 축제 가서 신나게 놀고 생각 없이 즐기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