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 끄적거림

호주의 마사지 테라피스트 일기 - 감사한 분들

J_the NT 2020. 11. 7. 20:44

어제의 숙취로 늦잠을 자서 오늘 예약손님이 계셨는데 30분이나 늦었어요
부랴부랴 전화해보니 집에 도착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가능한 빠른시간을 말씀드렸더니 가게 언제 끝나냐고 하시길래 알려드렸어요
그랬더니 가능한 시간으로 예약을 바꾸셨다가, 다시 전화와서 지금 가도 되냐고 하시길래 예스예스를 외치고 모셨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죄송스러워서 90분 코스인데 120분 채워서 해드리고
또 사장님도 도와주신다고 그 분께 20달러 쿠폰을 드리라고 주셨더라구요
이래저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네요


호주의 마사지샵은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와요
오늘 그 분은 인도 혹은 무슬림 국가 쪽에서 오신 분 같았는데
히잡은 아니고 아마도 인도 분 같긴 했어요

최근 무슬림 여성분들이 자주 오시는데
여성 테라피스트를 고집하셔서 덕분에 감사함을 많이 느낍니다
남성 테라피스트도 같이 일하거든요


마사지샵 일은 받는 금액에서 사장과 반반 비율로 받게 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게 받고 있어요
시급이 아니다 보니 손님이 정말 없을 때는 파리만 날리고
탱자탱자 놀고 있을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9시30-5시30분 이렇게 일했을 때
주 3일에 평균 300불(~500) 이상씩은 받는 것 같아요
저 시간동안 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은근 자유시간도 많고요
핸드폰 보는 것에도 자유롭죠

시급으로 따지면 그냥 그렇지만
시간당 알바가 아니다 보니 학생신분으로 일을 할 때
가게 주인과 티키타카가 잘 맞으면
주인이 유도리있게 가장 많이 번 날을 기준으로 책정한 시급 서류를 ATO에(국세청?) 제출해줘서 주 20시간 제한이 있어도 합법적으로 세금도 내고 연금도 내면서 더 많이 일하고 더 받을 수도 있어요
이건 얼마나 잘 맞는 가게를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학업이겠죠?

저는 이 일을 하면서부터 뭔가 징크스같은 게 생겼어요
매 날마다 특정한 손님들이 많이 오시더라구요

어떤 날은 마른 여성분들만,
어떤 날은 몸집이 큰 분들만,
어떤 날은 작업복 입으신 분들만,
어떤 날은 책상 앞에서 일하는 분들만,
어떤 날은 다리가 말랑하고 날씬한데도 다리가 엄청 뭉쳤다 하시는 분들만,
어떤 날은 커플만,

이런 식으로 신기하게도 전체 손님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받게 되는 손님은 그 날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늘은 '여성 테라피스트만 원해요'라는 분들만 모셨는데
그 중에서도 '다리와 종아리를 중점적으로 받고 싶어요'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신나게 열심히 다리를 만질만질 했던 날이네요

저는 마사지를 할 때,
내가 손님으로 돈을 내고 맛사지를 받는다면 이런 서비스를 원할 것 같다 싶은 생각으로 맛사지를 해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일한 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많은 손님들이 제가 광고하거나 어필한 적도 없는데 제 이름을 물어보시고 저를 지명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제가 특별히 좋은 기술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를 어떻게 맛사지해줘야 더 시원하고 맛사지 받은 효과가 더 좋을까를 고민하고 찾아보기도 합니다

또 맛사지 받는 손님을 보면서 이런 상상? 머릿속에서 역할놀이를 해요
'이 사람은 왕족이나 귀족이고 나는 왕실 전속 맛사지사다'라는 설정으로요. 보통 왕족이나 귀족의 몸을 상하게 하거나 실수하면? 큰일이 나겠죠.
모가지가 날아가거나.
마사지 할 때는 그런 마음으로 해요
왜냐면 한 두번 잘못 누른 곳이, 긴장을 풀어주려다가 더 뭉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마사지 받은 후기를 많이 살펴봅니다
종종 보이는 얘기를 참고하면
받을 때만 시원하고 지나보면 별 효과없다,
라든가
피로 풀러 갔다가 너무 세게만 하셔서 받고나서 더 아프다
라든가
적어도 저와 그 분의 시간, 돈을 함께 쓰는건데 저렇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왠만하면 원하는 부위 중심으로 시간 내에서 가능한한 확실히 풀어드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쓰고보니 은근 아니 대놓고 자기피알이네요 ㅋㅋㅋㅋㅋㅋ

더 좋은 마사지로 고마운 손님들께 보답하고 싶은데
혹시 받아보셨던 마사지 스킬 중에
이건 정말 좋았다, 효과 있더라 싶은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면 다음번 손님을 위해 연습해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