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제 짝의 연령대를 알게 되는 게
참 신기하다.
한국 보통 대다수의 여자들이 진짜 잘생겼다고 말하는 남자애랑 가까이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엔 오 괜찮게 생긴 듯? 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지내다보니 역시 성격적인 면인건지 인간적인 성숙도인지가 덜 여물었네 싶은 부분이 바로 보여서 애기구나 싶었다.
예전 10대 때였다면 꺅 하고 기절했을 외모, 아니 10대 때 날 설레게 했던, 연예인 포함한 모든 남자들의 얼굴레벨을 넘는 외모? 인가 싶을 정도고 다른 한국 여자애들이 만장일치로 미친듯이 잘생겼다고 하는 외모인데 외모보다 떡진 머리나 성격이나 그런 걸 더 보게 되는 이런 날이 오다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이가 19살이라고 했다.
어쩐지 그런 거 같았어
사회생활 처음 하는 것 같은 모습이 너무 티났고, 그 와중에 보살핌을 주로 받는 타입이었구나 라는 게 많이 느껴져서 뭐랄까 아들이 있다면 이런 느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같은 느낌.
그런데 웃긴 건, 잘생기고 수줍어하는 그 소년?과 함께 일하는 그것보다 더 묘하게 재밌는건 그 소년을 굴리는(?) 재미랄까
이거해 하면 하고 저거해 하면 하고 이게 권력의 맛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난 심하게 굴리지도 않았고 간섭도 거의 안 했지만 할 일 없을 때 동동거리면서 난감해하는 걸 보는 것과, 나도 거긴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나를 대선배처럼 보듯이 하며 따르는 태도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말하고 싶었다
나도 여기 책임자 아니거든
어쩌다보니 여기 와 있지만 여기 일하는 걸 썩 즐기진 않아
그러니 나한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눈치껏 할 일을 찾으렴
이라고.
할 거 없어보이면, 아니 누가 딱 시켜놓지 않으면, 정말 뭘 할지 동공지진 일으키면서 일 안하고 왔다갔다 불안해 하는 걸 보면 무슨 사자우리에 던져진 아기사슴마냥 그런 느낌.
나도 사슴이지 사자 아님.
그러고 그 소년 들어온 다음날 저녁에 집에서 나한테 애교부리는 내 짝꿍 보는데 왜케 잘생겼는지.
섹시한 얼굴선에 두 번 반했다.
신랑이 잘생기면 아무래도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 용서가 되는 게 신기.
혹시 나이탓이 아니라 신랑한테 씌인 콩깍지가 살아있어서인가?
신랑이 사회생활 처음할 땐 저렇지 않았을라나 생각도 해보고.
지금은 알아서 잘 하는 걸 넘어 남을 이래저래 잘 시키지만.
오늘 그 소년 자기 이후로 온 아줌마한테 지시(?) 갑질(?)하는 거 보면 걔도 나중에 신랑처럼 될 싹을 보인 거 같기도 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론은 뜬금없게, 저런 당돌하면서 수줍어 하는 아들이나, 오히려 당차고 똑부러지는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