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메이트 D의 얘기다.
치즈태비냥을 키우는 D는.
내가 거의 어울리거나 개인적 친분을 만들기를 피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D의 특징을 말하자면, D의 방에서 나는 냄새가 거실 전체에서 날 만큼 대체 무슨 짓을 하면 그런 냄새가 나나 싶은 악취의 주범이다.
방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건 말할 것도 없다.
술에 취하면 주사가 엄청나서 물건을 부수거나 난폭해진다.
플러스로 얼마 전엔 본인 자식에게 음란패설을 해서 배우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자식에게 접근하는 것에 대한 금지통보를 받았다.
정작 본인은 남이 자기의 잠재력을 몰라준다며
어떤 일터에서 동료들이 너무 악영향을 준다고 불평했다.
......
이만큼만 얘기해도 다 얘기한 것 같은데.
그리고 말이 배우자였지, 파트너(호주에서는 파트너라는 동거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한다)관계인데 아이를 덜렁 낳은거고,
그러다 파트너에게 매일 거짓말하고 다른데 돌아다니고
신뢰가 와장창 깨져서 헤어지게 된 케이스라
그 아이만 불쌍하게 되었다.
그 파트너 역시도 이혼 후 D를 만나서 아이를 가진 케이스고
D와 헤어지고는 아이도 둘이나 되는데(전 상대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 포함) 바로 다른 상대를 만난다는 걸 보면
끼리끼리 만난 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어질어질하다 여기의 이혼문화는.
암튼.
원래 여기에 있는 고양이는 노르웨이숲 종류이고 참 똑똑하고 경우를 잘 알고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모든 고양이가 그 고양이 같다면 난 고양이 애호가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했는데,
D가 치즈태비를 데리고 온 후로 그 치즈태비 고양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터줏대감 노르웨이숲냥은 참 착하고 똑똑하다. 치즈태비와 함부로 싸우지도 않고 딱 한 번 부딪혔을 때도 서로 살피기만 하고 마땅히 자기 영역인 곳을 그 치즈태비가 돌아다녀도 왠만해선 그냥 지켜본다.
처음 치즈태비가 왔을 때는 D가 본인 방문을 닫아두고 지내서 치즈태비가 거슬린다고 느끼지 못했다. 가끔만 나와서 음식 구걸하면 치즈 조각 몇 번 준 게 다인데.
지내다 보니 이 고양이,
자기 주인인 D를 너무 닮았다.
요즘 D가 본인 방문을 열어두고 지내는데.
그 때문인지 치즈냥이 자꾸 밖으로 나온다.
놀숲냥을 돌봐주는 G가 놀숲냥을 위해 음식을 매일 준비하는데 그 치즈냥이 와서 놀숲냥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음식처럼 먹어버리고, 놀숲냥만의 공간인 G의 방에 불쑥불쑥 들어가려다 G에게 야단맞질 않나, 오늘은 내가 할 일 하다가 잠깐 자리비운 사이에 내 사무공간에 와서 내 책상의자에 자리틀고 있어서 내보내고, 몇 일 전부터인가 계속 가죽소파 윗 부분을 발톱으로 스크래치 계속 내길래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거기가 자기 영역이라는 듯 스크래치를 한다. 그거 비싼 소파인데.
방금도 서재 가는 길에 깜깜해서 못봤는데 발에 채여서 놀랐다.
왜 D는 지 고양일 밖에 내놓고 문을 닫고 외출을 한 건지.
밥도 안주는지 매일 배고프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보는대로 울어대는데, 본인이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왜 데려와서 거지고양이를 만드는건지.
그럴거면 키우질 말아야지.
남이 데려온 고양이가, 더더구나 그 주인도 맘에 안 드는 상황에 이뻐보일 리가 없다.
옛날엔 매정한 계모/계부 이야기를 들으면 무조건 뭐 그런 나쁜 사람이 다 있냐 했는데, 난 계모/계부가 된 건 아닌데도 그 고양이의 경우를 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려한다.
그렇다고 아동 학대가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아이를 예쁘게 보려고 해도 상대도 맘에 안드는데 아이도 못생겨서 행동까지 엉망이면 정말 키우기 싫겠구나 라는 생각은 든다.
놀숲냥이 예쁜만큼 치즈냥은 비교되어 더 자기주인처럼 보인다...
후... 내 맘이 비뚤어진걸까 자문해본다.
내 전용 공간인 내 책상 근처에서 치즈냥을 더 안 봤으면 좋겠고,
더 이상 거실 가죽 소파에 발톱 긁기를 안했으면 좋겠다.
제발 내 것 남의 것 좀 구분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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