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스토리를 보았다.
역경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딸에게 위로를 건네는 엄마의 대사들.
댓글들 중에는 역시 엄마 밖에 없다고 이 웹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이런 적이 없어서인지 오글거리고 불편하기만 했다.

우리 엄만 내가 힘들어하면 세상엔 더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런 일로 힘들어하냐고 다그쳤고
그런 나약함으로는 나가 죽으라고 독하게 말씀하셨고,

내가 가장 내 존재에 대해 힘들어하며 자신을 가지고 싶을 때에
본인은 나를 원하지 않았고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다며
나 스스로 내 가치를 의심하는 것을 더 부추기셨고,

너 같은 칠칠맞은 애, 사고뭉치를 누가 키우겠냐며
이웃집 혹은 친구랑 바꿨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비교했고,

내가 사고를 치거나 하면 너처럼 나쁜 애가 없다며
버려두고 떠나버릴 때도 많았다

또 내가 과하게 사고를 쳤다고 생각한 날은
줄넘기를 가져와서 내 목을 조르며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그렇게 살거면 죽으라고 외치셨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고
덕분에 내가 오늘날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감싸주지 않아서 나는 내 일을 누구의 도움 없이 내가 혼자 해결해나가며 자립하는 법을 배웠고
무조건 내 딸아 하고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다루기보다 어떻게 다뤄도 깨지지 않을 강철처럼 다뤄주신 덕분에
어떤 누구가 됐든 한 번은 의심하며 세상에 속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냉혹한 세상을 미리 배웠기에 가끔 필요에 따라 냉혹해지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은 안다.
엄마라고 그렇게 정말 내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란 걸.
엄마가 자라온 환경이 그보다 몇백배는 더 혹독했기에
엄마는 내가 강해지길 바라셨던거다.
엄만 저렇게 냉정할 때도 있었지만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똑똑한 아이야, 너는 알아서 잘 할거야
엄마의 저런 상처주는 말과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들을 거름삼아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나를 믿어준다는 또 다른 면의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에도 다른 부모들은 차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 우산을 씌우고 데려갔지만 나는 내가 우산을 잊어버린 날엔 비를 맞고 집까지 걸어갔다
그 당시에는 우리 엄만 왜 이렇게 다정하지 않을까
그 사실에 많이 상처 받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내가 내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내가 준비하지 못하면 내 손해다.
나에게 어떤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내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그건 내가 나를 바꾸면 바뀌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까.
준비를 제대로 하면 두번째엔 당하지 않는다.
엄마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한결같을 수가 없다.
저 글처럼 다정하게 감싸주는 엄마도 있지만
강하게 키우려는 내 엄마 같은 엄마도 있다.
내 엄마는 사업감각이 있다.
적은 돈도 크게 불릴 줄 알고 협상에도 능하고
재주도 많고 팔방미인이다.
덕분에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도 많다
감정적인 면은 엄마도 똑같아서 그닥 케어를 못받고 못해줬더라도
난 내가 실용적으로 받은 좋은 영향들에 감사하고
또 말은 몇 번이고 나를 버릴 것처럼 하셨지만
결국 가족을 끝까지 붙잡고 일으켜 세우시고
본인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것도 살릴 수 있었어서
나 역시도 그걸 배우길 바랐던 그 마음을 이젠 이해한다
가끔 20대 아니 30대 이전에 있는 어린 영혼은
부모를 완전히 이해하기엔 턱없이 철 없고 어리다.
부드럽고 다정한 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내가 뭘 받았는지를 깨닫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정말 차고넘치게 받았다.
그걸 정말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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