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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끄적거림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건을 보고

by J_the NT 2022. 10. 31.


어떤사람들은 죽은 사람들과 앰뷸런스 옆에서 섹스온더비치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욕했다

처음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술에 너무 취해서 상황을 모르거나 아님 마약이라도 했거나 혹은 인간성 상실하거나 미쳤거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비극이 벌어졌다고 모든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막아야 한다는 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안좋은 일이 생겼으므로 다른 사람도 즐거워선 안된다 라는 건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에 가까운 사고방식이다

그렇다고 굳이 힘든 사람 다 보는데서, 난 즐거운데? 를 보여주며 굳이 속을 뒤집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블록 이상 떨어진 곳에서 마저 할로윈을 즐기는 사람까지 다 싸잡아 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안타깝게 저 세상을 일찍 떠난 그들도 숨이 붙어있던 그 순간엔, 그 앰뷸런스 옆에서 섹스온더비치에 맞춰 춤추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 숨이 붙었느냐 떠났느냐 그 차이로 한 쪽은 불쌍한 피해자, 한 쪽은 나쁜 방관자 같은 구도로 보는 시선은 개인을 지나치게 틀 안에 넣어서 해석하려는 한국 사회의 단체주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같은 것을 강요하는 시선 같다고 생각했다


또 누군가는 그랬다


세상은 어쨌든 돌아가고 신은 저 위에 있다고.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그들이 죽어야 했냐고 말하며 이게 신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신이란 존재를 수호신으로 보느냐 세상의 질서로 보느냐 아니면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신으로 보느냐에 따라 동의할 수도 혹은 동의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신은 절대선이 아니다
신이 선하다라는 표현은 있지만 언제나 선하지는 않다.
그러나 언제나 옳다, 라고 말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만약.
저 사고에 휘말린 사람의 조상들 중 누군가가 정말 누군가에게 큰 잘못을 하거나 나쁜 짓을 했었어서 우연이 그 업보를 저 사고당한 사람들에게 갚은 것 뿐이라면?

물론 당할만해서 당했지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신이 공평하고 선하다면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신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가정해 본 전제이다


애초에 신이 공평하고 선하다 하더라도 인간이 그렇지가 않다
또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분명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개에게 하듯이 말 안 듣는다고 잡아다가 목줄걸고 야 너 그러면 안돼! 이런 신은 신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인간은 사고를 친다
대부분이 아니더라도 꼭 단체에 한두명 정도는 미친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자유의지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그 자유의지에 대한 책임을 어쨌든 인간 스스로가 지게 하고 그것을 방조하거나 가담한 것에 대해서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하는 것, 그게 저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신보다 더 공평한 신 아닐까?


사고가 일어났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는 방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절대선이 아니라 정반합에 가까운 존재다

세상이 잘 굴러가게 하는 기본 룰,
그리고 그 룰에 빈틈을 보여주는 사건사고,
그 사건사고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의 실수를 깨닫고 고쳐서 더 나은 결과로 나아가며 더 나은 룰을 만드는 과정.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역사고
이번 사고를 통해서도 행사 등에 대한 공공의 안전대책이 더 잘 세워지고 지켜져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런 사고가 주는 가장 중요하고 큰 교훈일 것이다.



새파랗게 어린 아이들 잃은 부모 맘은 얼마나 아플까.

의미없는 죽음이 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을 개선하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애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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