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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끄적거림

화가 나면 동굴로 들어가는 이유는

by J_the NT 2023. 8. 18.

화가 나면 그 화의 방향도 나 스스로를 향하는 경우가 많아서
분명 잘못한 건 다른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도 맞지만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나 스스로를 탓하는 것도 있어서
그래서 나 자신이 좀 싫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도 나에 포함되어 다 싫어진다
내 주변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등이
다 초라해보이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꼴도 보기 싫다
나 자신처럼.


그래서인지 화가 많이 났는데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더 화가 나고
이까짓거 뭐가 중요해 싶고
다 꺼져 이런 기분이라.


소중하고 익숙할 수록 더 잘 대해야 된다는 걸 아는데
그 순간만큼은 눈에 보이면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고 싶어질 것 같고
그래서 차라리 눈에 안 보였으면 싶다.


화가 많이 났을 때 말을 안하고 혼자 삭히는 이유는 이거인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까지 다 초라해보이고
그 모습 자체가 너무 화가 나니까
왜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탓하고 짜증내고 더 화낼 것 같으니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대상은 잘못된 대상이고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러는 내가 더더더 경멸스럽고 싫어질테니까.
가까운 누군거에게 화를 내면서도
그 사람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아는,
그 모순이 더 화나고 짜증나서 화가 풀리기보단 더 쌓이니까.



그런 상황을 막고 싶어서 미리 잠수타거나
그냥 혼자 삭히려는거.

그러니 인팁이 화가 많이 났을 땐 그냥 한두번정도
어깨 토닥한 담에 냅두는 게 최고.

아님 아예 엔픕처럼 발랄하게,
누가 화나게 했어, 등 뒤에서 내가 대신 뻐큐해줄게!
하고 같이 화내버리든가.

그러면 어이없고 웃겨서
'아 그렇게 쉽게 화를 푸는 방법도 있었네? 난 왜 담아둔거야?'
하고 풀릴 수도 있으니까.
이건 생각해보면 엔픕만의 특기가 아닌가 싶기도.
어디든 밝게 만들어주는 능력.
대다나다...


암튼 보통은 걍 냅두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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